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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비가 온다.

by 디티87 2023.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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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비가 온다.

 

소싯적, 아프리카의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1년 정도 거주한 경험이 있다. 적도 근처 위치임에도 고지대에 있어서인지 나름 겨울이라 불릴만한 시기가 있다. 그땐 아침저녁으로 경량다운을 입어줘야 할 정도로 일교차가 크다. 또 한낮에는 해가 매우 가깝게 떠있다 보니 모자를 안쓰면 일사병 걸리기가 쉽다.


그리고 건기 우기가 비교적 뚜렷한 편인데, 건기엔 비가 진짜 한 톨도 안 온다. 상수도가 말라버려서 잦은 단수가 생기다 보니, 씻는 것도 조심스럽고, 빨래는 꿈도 못 꾼다. 진짜 못살겠다 싶을 땐 돈을 주고 살수차를 불러 물탱크를 채운다. (비교적 번화한 곳에서 살아도 이랬다. 이게 약 15년 전쯤 일인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때는 식당에서 외식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잘못하면 장염에 오지게 걸리는 수가 있다.


그렇게 버석버석하게 온 땅이 말라가다가, 어느 날엔가 흐린 하늘이 되고 꿉꿉한 기운이 어깨 위로 내린다. 온 땅이 습기를 있는 그대로 머금으려고 준비하려는 냄새가 느껴진다. 습한데 정말 반가운 냄새다.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화장실로 쌩 달려가서 밀린 빨래부터 오지게 밟아준다.


우리나라도 이제 장마보다는 우기期 라는 단어를 쓰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01980_36199.html

 

하루에 폭우·폭염 갈마드는 날씨‥'장마철' 아닌 '우기'?

이렇게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금세 맹렬한 폭우가 쏟아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장마'의 개념이 무색해진 건데요. 그래서 이젠 장마 대...

imnews.imbc.com


비교적 뚜렷한 건기가 발생하다 보니 과연, 우기라는 단어가 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한국 날씨가 15년 전에 살았던 아프리카에서의 날씨랑 비슷해진 것 같다. 매년 날씨가 바뀌어가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 사계절옷을 정리할 틈도 없이 하루 안에 사계절이 다 있을 때도 있다.겨울에는 세탁기를 돌리지 말라고 연신 안내방송이 나올 정도로 베란다가 얼어붙고, 여름에는 기온이 30도 언저리만 되어도 그렇게 덥지 않네?라고 느껴질 정도로 불볕더위가 이어진다.

어째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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