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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도 누군가의 딸이다.

by 디티87 202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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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결혼한 지 십수 년,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 거의 10년이 다 돼가는 어엿한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고 있다. 사실 지금도 같은 학교 엄마들 사이에서는 상막내중 하나다. 오죽하면 우리 아이가 엄마를 자랑할 때  "우리 엄마는 젊어!"라고 말할까. 아이들 눈에도 나는 어린 편에 속하는갑다. 사실 다 똑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젊은것이 전혀 자랑이 될 수 없다. 나도 똑같이 나이를 먹으니까. (그러나 나이 대비 젊어 보이는 것은 자랑이 될 수 있으니 끊임없는 노오력과 관리는 필요한 것 같다.)

사람은 자라면서 여러가지 신분 및 그에 걸맞은 자아를 가지게 되는데, 지금 생활이 어떠한가에 따라 여러가지 자아의 비중이 달라지는 것 같다. 결혼하는 순간 부모님의 딸에서 남편의 배우자로, 아이를 낳은 순간엔 아이의 엄마라는 신분이 추가되면서, 아이가 독립할 때까지는 엄마라는 자아의 비중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지금 내 삶의 대부분을 아이를 키우는 데 사용하고 있다.

요전번에, 친정에 잠시 들렀다. 어린이에게 나의 어린시절을 보여주기 위해 친정에 정리되어 있던 앨범을 꺼내 가족들이랑 다 같이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 사진은 신기한 게, 보는 순간 그때의 기억들이 영상처럼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때의 온도, 습도, 공기...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진다. 마치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는 느낌. 

울 어머니 왈,

🧑🏻‍🦰: 너 아기 시절엔  널 목욕시켜준 적도 거의 없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매일 직접 목욕을 시켜주셨다. 

👩🏻: 흠. 그래서 옆에 앉아 목욕하는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었군. ㅋㅋ 

 

시강 쩌는 안내멘트를 보시라. 북한인 줄.

이 날 퍼뜩 스쳐가는 생각이. 지금은 나의 여러가지 자아 중에 아이의 엄마와 같저씨의 아내로서의 신분들이 생활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적어도 20년 넘게 부모님의 비호 아래 딸로서의 신분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았었나. 그래. 나도 우리 부모님의 딸이지. 지금도 여전히 딸이다. 더 이상 딸이 아닌 게 아닌데, 나는 꼭 남이 된 것처럼 살고 있지 않나 반성하게 된다.
전형적인 K-장녀의 특성은 다 가지고 있는 무뚝뚝한 내면적 개딸중에 개딸이지만ㅋㅋ 이런 나도 딸이라고 애지중지하며 키우려 하셨던 부모님의 노력이 자랑스럽다. 그동안 받은 상장, 성적표들을 소중히 앨범에 모아두신 걸 보면 나는 그분들을 잘 이해 못 하고 있었지만, 내가 부모님의 자랑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지금도 자랑인지는 의문이다...)

그냥 늙었나보다 별 희한한 소리를 하는 거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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